top of page

 

 

[이름]

 

아마미야 시구레 / 天宮 時雨

(*前 오오토리 시구레 / 大鳥 時雨)

 

 

[성격]

 

박애주의자. 극단적으로 상냥하며 헌신적인 성격. 사람이란 누구나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생관은 타생지연(他生之緣). 때문에 자신을 스치는 사람 하나하나가 어떤 자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눈앞의 상대에 완벽히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속을 꿰뚫어보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

 

상대를 알지 못하면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시구레가, 행복이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기만 한 돌덩이가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빛나는 보석으로 보인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항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보니, 그는 타인의 고통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보면 자기 일처럼 슬퍼하며,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해주려 한다. 다만 지나칠 정도의 타인중심적사고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오히려 자신의 희생으로 누군가가 행복해 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욕이나 집착이 없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에게 아마미야 가문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는 어디까지나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 자체가 아니다. 그렇기에 필요 이상의 재산이나 권위를 추구하진 않는다. ‘헌신할 수 있을 만큼’ 소유하고 있으니 됐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뜻밖에도, 잔잔한 외면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면모가 있다. 알고 보면 굉장히 짓궂은 성격. 상대가 당황하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아무래도 그런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상대를 당혹스럽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는 건 이 때문. 아직까지 상대를 심각하게 화나게 한 적이 없는 것 역시, 상대가 진심으로 기분 나빠하는 부분은 일부러 피해 건드렸기 때문이다.

 

 

 

[특징]

 

::과거::

 

7살에 입양 된 고아. 친부모는 약 14년 전 살해당했다. 시구레의 부모님을 향해 굉장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 외, 범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고 한다.

 

사건은 시구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오후에 일어났다. 자신의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월차를 낸 아버지와, 아들의 새 친구들에게 예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새벽부터 치장을 하던 어머니는 그날, 끝내 학교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날, 토라져서 집에 돌아온 시구레를 맞이한 건 기이한 고요였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후두부를 가격당한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 눈을 떴을 때 그를 반긴 건 어두컴컴한 지하실이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그가 느낄 수 있는 건 묶인 다리가 호소하는 통증과 얻어맞은 머리의 두통, 그리고 끔찍한 악취뿐이었다. 지하실 특유의 눅눅한 냄새와 타바코가 타들어가는 냄새, 그리고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역한 썩은내가 그의 세상을 지배했다.

 

그리고 얼마인지 모를 시간이 지나, 눈앞이 확 밝아졌다. 앞이 보인다는 기쁨을 느낀 것도 잠시, 시구레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집어삼켜야 했다. 방 안을 환하게 비춘 텔레비전의 화면에는 무참히 도살당하는 부모님의 영상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도망치듯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 편에 내팽개쳐진 붉은 덩어리였다.

 

구더기와 초파리가 들끓는 ‘그것’이 아버지의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에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모습이, 뒤에는 가족의 시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미 없는 괴성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쉰 소리가 나도록 지른 비명 끝, 구원은 없었다. 혼란과 공포로 가득 찬 머릿속에서 그가 그나마 똑바로 이어나갈 수 있는 생각은 '이곳이 싫다'는 것뿐이었다. 손톱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발을 묶고 있는 줄을 긁어 뜯은 그는, 마침내 움직일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

 

그가 자신을 납치한 자를 처음 본 것은 바로 이 때였다. 진한 담배 향을 풍기며, 그 남자는 절박한 희열에 차 계단을 뛰어올라가던 시구레의 앞에 나타났다. 시구레의 탈출시도를 목격한 그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익살맞게 웃으며 시구레를 뒤로 밀어버렸다.

 

남자가 들어오며 닫지 않은 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시구레의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바닥과의 충돌은 순식간이었다. 이번에는 머리를 상당히 호되게 부딪혔는지, 눈앞이 돌았다. 검뿌옇게 물든 시야에서 출구만이 눈부시게 빛났다. 여전히 미소 띠운 얼굴로 남자는 내려와, 둔기를 휘둘렀다. 자신의 두 발목이 부러졌을 터이지만, 시구레는 이상하게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자신을 짓누르는 담배 냄새가 질식할 정도로 무서울 뿐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포는 분노로, 분노는 포기로 바뀌어 갔다. 그의 사고는 점점 둔해져, 결국 머릿속에 남은 건 ‘죽고 싶다’는 한 문장뿐이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몸을 거누지도 못하는 시구레에게는 자살마저도 불가능했다.

 

시구레는 절망했다.

 

그는 그렇게 한 달 뒤 경찰에게 구출 될 때까지, 썩어가는 아버지의 시신, 몇 번이고 반복해 난도질당하는 양친의 영상, 그리고 진한 타바코 향에 둘러싸여 방치 돼있었다고 한다.

 

구출된 후 그가 받은 진단은 영양실조, 관자뼈 골절, 발목 골절 및 부정접합, 신경쇠약, 트라우마성 자폐증 등이었다. 그의 상태를 살핀 경찰의 전문의가 평하길 '실성하지 않은 게 기적'이라고.

 

(여담이지만 당시 부모님의 시신을 조사한 감정사의 보고에 따르자면, 신원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난도질당한 아버지의 시체에 비해, 1층 소파에 눕혀져 있던 어머니의 시신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다고 한다.)

 

병원에 치료 후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자, 그는 시내의 고아원에 보내지게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자폐증상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관자뼈 골절의 영향과 발목뼈의 부정접합으로 인해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한 그 사건을 겪은 이후, 지속적인 환후증세에 시달리게 되었다. 탁 트인 공간에 나가든지 일부러 다른 향을 맡지 않는 한, 두터운 담배연기가 목을 죄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게다가 아무래도 담배 향 자체가 일종의 트리거가 된 듯, 환후든 실제 냄새든, 타바코가 타는 향에 노출 되면 기도 폐쇄 증상과 비슷한 발작을 일으키는 듯하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연기가 너무 독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이로 인해 시구레는 향에 유난히 민감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후원을 위해 고아원을 방문한 아마미야 여사의 눈에 들 수가 있었다.

 

향을 듣는 능력이 전무한 손자를 대신할 후계자를 필요로 하던 그녀는, 시구레를 입양 들였다. 굳이 방계의 아이가 아닌 고아를 선택한 것은 그녀 개인의 신념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 그녀는 비슷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보다 소외 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고집 덕분에 시구레는 다시 한 번 숨 쉬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상::

 

시구레의 헌신적인 가치관은 대부분 양조모인 아마미야 메구미에게 배운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미움을 버리고 봉사하라는 그녀의 가르침은 그에게 새로운 목표를 주었고, 덕분에 그는 자신의 절망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시구레 개인의 경험과 섞여, 아마미야 여사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시구레가 생각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의 의미에는 자신의 양조모가 생각한 일반적인 개념 또한 포함 되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절망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또한 섞여 있었다.

 

그는 누구에게든 자신이 싫어하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칠 권리가 있다고 믿으며, 나약한 선택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누군가가 추구하는 행복이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죽음 또한 선사해주고자 한다.

 

실제로, 그는 희망봉에 오기 전까지 이 사상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향도를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불러들인 고아/환자들은, 다들 삶에 지쳐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하는 자들뿐이었다. 이 중 단순히 고통을 잊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양귀비를 사용한 달콤한 꿈을, 호흡할 권리를 포기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감미로운 향에 둘러싸인 마지막을 선물해준다.

 

이러한 행위가 중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은 그 또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훗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이 없다. 자신의 안위에 큰 관심이 없는 시구레는, 그것이 국가 치안유지를 위해 당연한 처사라며 되려 찬성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잡히면 더 이상 고통에 찬 사람들을 구해줄 수가 없기에, 죗값을 치르는 건 최대한 뒤로 미뤄두고자 한다. 평소에 별달리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재벌 3세에 인간문화재이기까지 한 그의 흐릿한 존재감은, 그가 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기에 생긴 것이다.

 

::기타::

 

그가 자연의 향을 창조해낼 수 있는 건 수행에 쏟아 부은 각고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공적이지 않은 향일수록 환후를 성공적으로 덮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신적이라 평가되는 그의 조향술은, 그가 말 그대로 ‘숨을 쉴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탄생한 것이다.

 

아마미야 가의 적자로 입양 된 후 발목 재접합 수술을 받아, 느리게나마 걸을 수 있는 다리를 얻게 되었다. 다만 관자뼈 골절의 후유증만큼은 어쩔 수 없어, 여전히 미약한 어지럼증에 시달린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거나 장시간 서 있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전통의상을 입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 의해서다.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도 위화감이 없기 때문에 굳이 기모노를 고집하는 것. 그 외에도 버선이 부정접합/교정으로 인해 생긴 흉터를 가려준다는 점과, 훈의하기 편하다는 이유가 있다.

 

훈의와 곰방대 또한 환후에 의한 발작을 방지하기 위한 대처법이다(참고로 곰방대 안에 들어 있는 건 담배가 아니라 말린 박하 잎이라고 한다).

 

시구레 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않지만, 유아틱한 노래를 종종 흥얼거리는 이유는 그것이 자기가 가장 행복했을 시절에 들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던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 무의식중에 표출 된 것. 여담이지만 가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 후, 치료와 수행에 치여 그런 노래를 들을 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입양되기 전까진 도쿄에 살았었다.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 때문. 오히려 교토에서 장기간 체재한 바람에 사투리가 살짝 옮은 경우다. 

 

 

 

bottom of page